사회학적 상상력(3) - 인류학적 상상력, 비판적 상상력
인류학적 상상력
인류학적(또는 비교사회적) 상상력은 각 나라들마다 얼마나 다양한 역사적 유산이 있으며, 이러한 유산의 다양성이 얼마나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낳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개인들은 자신의 특수한 삶의 조건과 경험 속에서 형성된 가치, 규범, 정서, 감정 등을 사회의 일반화된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각 나라들의 사회형태나 문화를 비교할 때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데, 이처럼 자기 나라의 사회형태나 문화를 비교할 때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데, 이처럼 자기 나라의 사회형태나 문화를 보편적 기준으로 여기는 사고를 ‘자민족중심주의’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는 자기 나라의 사회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는 물론, 앞으로 이뤄나가야 할 바람직한 사회상에 대한 전망도 어렵게 한다. 오히려 다양한 사회와 문화를 서로 비교하고 그 속에서 자기 나라의 사회문화적 특수성을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상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결혼이 여전히 일반적인 반면에 유럽에서는 동거의 비율이 높다는 점을 보면, 사회문화적 조건에 따라 결혼제도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각 나라의 가치관이나 규범을 비교해보면,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면서 나이에 의한 위계를 강조해온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유교문화가 어떻게 일상생활의 민주화를 가로막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가정이나 학교의 권위주의적 교육방식, 군대의 위계적 체계, 직장의 권위주의적 상하관계 등은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민주적 심성의 학습 및 형성을 어렵게 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
비판적 상상력
역사적 상상력과 인류학적(또는 비교사회적) 상상력은 현재의 우리 사회의 모습이 결코 고정불변하거나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상상력에 기초하여 우리는 시공간적으로 훨씬 열린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열린 사고는 일정한 가치판단을 함축한다. 말하자면 역사적, 인류학적 상상력으로부터 현재 사회의 모습이 바람직한 것인지, 바람직하지 않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사회를 바라보는 기존의 눈을 바꾸면서 기존의 사회형태를 비판하고 대안적인 미래를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비판적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당연시되고 정당화 되어왔던 모든 질서와 가치, 규범을 상대화하고 의문시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전통으로 계승되고 있는 제사 습관은 많은 사람들에게 당연한 일로 여겨져왔다. 그런데 왜 오늘날 제사가 이런 형태로 지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조상을 섬기는 방식은 다양한데 왜 음식을 가득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야 하는지, 왜 제사가 남자들에 의해 전승되어야 하는지, 왜 명절 때마다 종손 남자의 집에 모여야 하고 또 제사를 지내야 하는지, 제사음식은 여자들이 차리고 제사는 남자들이 지내야 하는지, 왜 여자들은 명절날 자신의 조상이 아닌 남편의 조상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지. 만약 우리가 이러한 의문을 제가하지 않는다면, 전통적인 제사 관습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의문을 제기한다면 훨씬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안적 제사 관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