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적 연구의 다양한 입장
사회학에서는 초기부터 이론적 진술 또는 가설의 사실적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몇 가지 연구방법들을 사용해왔는데, 실증적/경험적 방법, 해석적 설명, 실재론적/관계론적 분석 등이 그것들이다. 이것들은 각각 프랑스의 콩트와 뒤르켐, 독일의 베버, 맑스 등에 의해 제안되었으며 적절한 변형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계승, 발전되었다.
실증적/경험적 방법
첫 번째 방법은 실증적/경험적 방법에 입각한 연구를 통해 가설의 과학적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방법은 직접적 관찰이나 설문조사에 의한 경험적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중요시하는데, 특히 양적인 분석을 통해 가설의 경험적 일반화가 가능한지를 검증하고자 한다. 가설은 특정한 원인이 특정한 결과를 낳았다고 하는 인과관계적 진술의 형태를 띄며, 이러한 진술은 원인에 대한 다양한 관찰 및 조사를 통해 수량적, 통계적 자료를 수집한 후 이를 분석함으로써 경험적으로 일반화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이혼율이 증가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연구한다면, 우선 예상할 수 있는 원인들을 추려내어 설문지를 만들고, 이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이 자료를 통계적으로 처리하여 이혼의 원인들을 밝혀낸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검증된 몇몇 가설들은 명제의 형태로 정리되며, 이러한 명제들을 논리적으로 엮은 것이 ‘과학적 이론’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구성된 이론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사례들을 관찰한 것이 아니며 또한 시간적인 변화를 완전히 수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제한적인 성격을 띌 뿐이다.
해석적 설명
두 번째 방법은,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관찰이나 조사를 통해 수집된 수량적, 경험적 자료의 분석보다는 행위자들의 주관적 감정, 의미, 의도, 동기 등을 이해하기 위한 검정이입이나 해석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행위에 대한 외양적 관찰로는 그 행위자들의 감정이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행위가 이루어지는 상황적 맥락을 무시한 채 관찰된 자료를 양적으로만 처리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현상이란 항상 특정한 상황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 또는 그 산물이며, 이러한 상호작용은 늘 행위자들 간의 해석적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외양적 관찰로는 파악될 수 없다. 말하자면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는 판단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 행위들의 주관적 동기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감정이입, 추체험, 직관적 이해, 상상적 사고실험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은 객관적으로 가능한 인과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예비적 과정의 성격을 띈다. 그리고 이렇게 설정된 인과관계는 경험적 자료들을 통해 입증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 경험적 자료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양적이고 통계적인 자료일 필요는 없으며, 인과관계를 해석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자료면 된다.
실재론적/관계론적 분석
세 번째 입장은 앞의 두 가지 방법이 사회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제한적이라고 보면서, 사회에는 단순히 외양적 관찰이나 주관적 의미의 이해만으로 포착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심층적 구조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연구에서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 관계는 다양한 자원이나 규칙을 포함하며, 이것들이 개인들 또는 집단들 간에 분배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성격을 띈다. 그러므로 사회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형성되고 변화하는 사회적 관계의 작동규칙 또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통해 개인의 감정, 의도, 동기를 상당한 정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도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이론을 입증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자원들이 어떻게 분배되어 있으며, 어떤 규칙들이 관계를 지배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입증해줄 수 있는 양적, 질적 자료들을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료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하느냐 하는 점인데, 실재론적 방법에서는 다원적이고 다수준적인 사회적 관계들 또는 원인들 간의 중첩결정이라는 ‘구조화된 복잡한 전체’의 문제 틀 속에서 경험적 자료들이 지니는 의미를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구방법의 다양성과 종합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연구방법은 사회현상에 대한 가설적 진술을 검증하는 논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현상에 대해 현실적인 설명과정에서 이 논리들은 엄밀히 구분되기보다 서로 혼용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맑스, 베버, 뒤르켐과 같은 고전사회학자들은 이 세 가지 연구방법의 시조로 여겨지지만, 그들의 어느 한 가지 방법만을 배타적으로 사용하여 사회를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늘날과 같은 복합적인 사회를 분석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방법이 사용될 필요가 있으며 그 시도들이 좀더 과학적이고 타당한 설명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