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서양 근대사회의 형성과 사회학의 흐름

사회학 고전이론의 흐름(2) - 뒤르켐, 베버

Harry_Choi 2021. 1. 11. 22:14

## 뒤르켐 ##

 

사회적 사실과 실증적, 경험적 방법론

프랑스의 뒤르켐은 콩트의 ‘실증철학’을 좀더 체계화한 실증적, 경험적 연구방법론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과학적인 관찰을 위해서 사회현상을 사회적 사실로서 사물처럼 취급해야 하고, 수와 양으로 환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후에 ‘양적 연구방법’ 혹은 ‘양화주의’적 연구방법이라고 불렸다. 그는 또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 원인을 탐구하는 역사적인 분석만으로는 부족하고 ‘기능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이것은 종교, 범죄 등 사회의 각 구성부분들이 전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형성하는 데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며, 이런 입장은 오늘날 ‘기능주의’라고 불리고 있다.

 

아노미와 사회통합

 그는 사회가 개인들의 총합이 아니라 그것을 초월하는 어떤 것, 즉 개인들을 한 덩어리로 묶어주는 ‘연대의식’이라고 파악하였다. 그리고 사회의 성격이나 역사적인 발달도 ‘사회통합’, 즉 사회구성원들이 어떠한 연대를 통하여 조화로운 하나로 통합되는가 하는 데에 비추어 파악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이런 관점에서 인류사회가 동질성에 바탕을 두고 연대한 ‘기계적 연대’의 사회에서 이질성에 바탕을 두고 연대한 ‘유기적 연대’의 사회로 발달해왔다고 보았다. 그리고 특히 현대에는 사회구성원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규범이 존재하지 않고 분열되어 있는 ‘무규범(아노미)’ 상태가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런 상태에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어떤 규범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인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사회적인 병리현상과 무질서가 초래된다고 보았다.

 

자살과 사회통합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자신의 이론을 ‘자살’현상에 대한 양적인 관찰과 비교, 즉 실증적, 경험적 연구방법을 통해 입증하고자 하였다. 그는 우선 자살이라는 현상이 어떤 생리적인 원인이나 우연적, 개인적 사건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에 의해 좌우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 자살현상이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각국의 사회구조가 상이하기 때문에, 특히 사회구성원들이 연대의식으로 통합된 정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가설을 통계적인 자료를 통해 입증하였다.

 

## 베버 ##

 

사회적 행위와 이해사회학

 독일의 베버는 앞의 실증주의적 입장과 맑스의 입장을 모두 비판하면서 새로운 연구방법과 이론을 제시하였다. 그는 사회학을 ‘사회적 행위를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보았으며, 거시적인 구조보다는 개인들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사회학의 주요 연구대상인 ‘사회적 행위’가 행위 하는 인간들의 주관적인 동기와 의미부여, 그것에 대한 상호이해와 해석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내면적인 동기와 의미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외적이고 수량적인 관찰과 설명에 의존하는 실증주의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대신 그러한 행위의 이면에서 작용하는 주관적인 동기와 의미를 직관적으로 통찰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념형과 해석적 설명

 이러한 방법으로 통찰된 행위들을 비교, 연구하기 위해 그는 행위의 내용에서 세세한 것은 무시하고 특징적인 측면들 만을 부각시켜 순수하고 이상적인 모습, 즉 이념형으로 개념화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들 간의 관계를 인과관계적인 논리로 엮어낸 결과가 바로 사회과학적으로 적합한 설명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그는 사회학은 전체 사회라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사회현상을 이해, 설명하기보다 개개인들의 행위에 대한 직관적인 관찰을 통해 사회현상에 접근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위해 그는 행위를 목적합리적, 가치합리적, 감정적, 전통적 행위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여기서 목적합리적 행위란 권력, 부, 명예 등 세속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행위 유형을 말하며, 가치합리적 행위는 규범, 신앙, 이데올로기, 가치관 등 특정한 가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 두 가지의 합리적 행위, 즉 이성적 판단에 입각한 행위와 달리 전통적 행위는 통상적인 관습과 관례에 따라 하는 행위를 말하며, 감정적 행위는 희로애락과 같은 특정한 감정을 표출하는 행위이다.

 

권력과 권위, 다원적 갈등 이론

 베버는 이러한 연구방법을 통해 사회현상들을 개념화하고 인과적으로 연결하고 이론을 구축하였다. 그는 사람들 사이의 권력적인 지배, 갈등관계가 맑스주의에서 말하듯이 경제적 계급에 의해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신분적 지위 및 정치적 파당에 의해서도 정해진다는 다원주의적 갈등론을 폈다. 그리고 사회의 역사적 변화를 파악함에 있어서도 물질적, 경제적인 조건 이외에 권위의 요소와 정신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입증하려 하였다.

 그는 ‘정당화된 권력’을 ‘권위’라고 보면서 권위의 유형을 나누었고, 인간사회가 ‘카리스마적 권위’에 의한 지배체제로부터 ‘전통적 권위’,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법적-합리적 권위’에 의한 지배로 변천해왔다고 하였다.

 그는 이와 같은 지배양식의 변천을 통해 인류사회가 전반적으로 ‘합리화’의 방향으로 변화해왔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합리화가 정부, 기업 등 사회조직의 형태 속에서 진전된 결과가 ‘관료제’라고 하였다. 이 밖에도 그는 근대자본주의사회가 청교도 윤리라는 정신적인 요소에 의해 발달하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도 하였다.

 이와 같이 사회학의 고전이론들은 서양 근대에 계몽사상과 시민혁명 및 산업혁명으로 새롭게 구축된 사회질서와 그 변화를 새로운 연구방법으로 탐구하려는 흐름 속에서 생성, 발전하였다. 그 결과가 그들의 ‘사회학이론’이었고, ‘새로운 과학’이었다. 물론 당시의 현대사회를 어떤 모습과 성격을 지닌 것으로 파악했는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탐구하는 것이 과학적인가 하는 문제에 관해서 이들의 의견은 상이했다. 콩트와 뒤르켐은 새로운 사회질서를 다분히 협동적이고 조화로운 모습으로 파악했으며, 역사적으로 연속적인 진보의 과정에 놓인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맑스와 베버는 새로운 사회질서가 갈등적이며 지배관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았으며, 역사적으로 진보하는 과정에 있으면서도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았다. 과학적 연구방법의 면에서도 이들의 견해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