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회와 조직의 유형(2) - 소속감과 정체성, 관료제
## 소속감과 정체성에 따른 집단의 유형 ##
집단에서의 소속과 정체성
어떤 집단에 속한다고 하는 것은 개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어떤 가족, 집단, 모임, 직장 등에 속한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개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다수의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 다수의 지위를 동시에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집단에의 소속이나 지위들은 개인들에게 일정한 소속감이나 일체감을 형성시킨다. 물론 개인들이 속한 모든 집단이나 지위가 개인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고 동일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출신 집안을 중시하고, 어떤 사람들은 출신대학을 중시하고, 또 어떤 사람은 직업이나 직위를 중시한다. 이러한 집단이나 지위는 경우에 따라 거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어쨌든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지위를 통해 다양한 감정과 의식을 형성하면서 ‘나는 누구이다’라는 자의식을 갖게 되는데, 이런 감정과 의식의 총체를 ‘정체성’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집단이나 지위에의 소속은 그에 따르는 소속감이나 ‘정체성’을 통해 개개인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내집단, 외집단
섬너의 개인의 소속감에 따라 집단을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분류하였다. 개인이 특정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면, 그 집단은 그에게 ‘내집단’이 되며, 그렇지 않다면 그 집단은 ‘외집단’이 된다. 즉 자신이 소속된 집단은 내집단이며, 소속되지 않은 집단은 외집단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특정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끼리는 일정한 특성을 공유하며, 이를 통해 소속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단 성원끼리는 ‘우리’라는 동질감을 가지게 되는데, 이런 의미에서 내집단은 ‘우리 집단’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반대로 외집단은 ‘그들 집단’이라고 한다.
내집단과 외집단의 구분은 한편으로는 동일한 집단에 소속된 성원들 사이에서 결속력을 강화시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원들끼리 우월감을 느끼면서 외부의 사람들을 배타시할 경우 분파주의적이고 집단이기주의적인 성격을 형성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국수주의, 인종차별주의, 지역주의 등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분파주의나 집단이기주의가 심화되면 사회전체적인 통합이 방해를 받는다.
준거집단
한편 머튼은 개인이 소속된 집단이 개인의 행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개인이 자신의 행동 기준으로서 중요시하는 집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그는 ‘준거집단’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준거집단이란 “한 개인이 자신의 신념, 태도, 가치 등을 규정하고 행동의 지침으로 삼기 위해 의지하는 집단”이다. 머튼은 이렇게 개인들에게 사고와 행위의 가치 기준이나 규범의 표준이 되는 집단을 ‘표준준거집단’이라고 불렀고, 이것을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교하기 위해 기준으로 삼는 ‘비교준거집단’과 구별하였다.
준거집단은 대체로 자신이 속해 있는 내집단인 경우가 많다. 특정의 집단에 소속되어 있으면 상대적으로 그 집단의 성원들과 상호작용이 활발할 것이며, 그 과정을 통해 그 집단 성원들의 생각이나 가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은 외집단에서 자신의 사고와 행동의 기준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준거집단은 개인에게 적극적인 의지나 만족감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하고, 심리적 긴장이나 불만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기보다 못살거나 불행한 사람들을 준거집단으로 삼으면, 자신이 상대적으로 잘 사는 것처럼 판단되어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자기보다 잘 살거나 행복한 사람들을 준거집단으로 삼으면, 자신이 못 살거나 불행한 사람처럼 판단되어 불만이 생길 것이다.
## 관료제 ##
관료제의 개념 및 특징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조직형태 중 하나는 관료제이다. 관료제는 관료의 지배를 뜻하며, 관료는 정의상 국가 행정조직의 구성원을 일컫는 말이지만, 오늘날 관료제가 반드시 국가 행정조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국가 행정조직의 원리와 유사한 원리에 따라 형성된 거대 조직을 모두 관료제라고 칭한다.
관료제라는 말은 18세기 말에 프랑스 드 구르네가 최초로 사용하였지만, 사회과학에서 관료제에 대한 정의를 체계적으로 제시한 학자는 베버이다. 그는 관료제를 합법적, 합리적 지배의 조직형태로 파악하였는데, 그 특성은 다음과 같다.
a. 분업: 조직의 일은 기능에 따라 명확하게 나누어지며, 각각의 업무는 그에 적합한 전문가가 수행하게 된다. 조직 구성원은 특정한 일에 전문화하게 되며, 그렇게 함으로써 관료제는 높은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
b. 위계서열체계: 관료제는 위계의 원칙에 따라 조직된다. 각각의 담당자는 자신의 하급자에게는 권위를 가지지만, 상급자의 지시에는 복종한다. 위계제는 대체로 피라미드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상층에 있는 사람들은 하층의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권력과 더 큰 통제력을 가진다. 상급자들은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하급자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도 진다. 상급자에게 권위가 집중됨에 따라서 하급자들은 조직 내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참여가 제한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하급 성원들의 창의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c. 문서화된 규칙: 관료제의 일상적 운영은 성문화된 규칙과 규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특정의 직위에서는 어떤 일이 수행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해,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절차 규정도 문서화된다. 그래서 특정 직위를 담당하는 사람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그 직위가 수행하는 업무는 이전과 똑같이 수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d. 몰인격성: 관료제 내에서 의사소통은 공식적이고 몰인격적이다. 고객에 대해서는 편견이 없는 태도를 취하여, 개인적 감정이 조직의 결정과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상사가 부하를 대할 때는 개인적 감정이 아닌 공식적 지위에 근거하여야 한다.
e. 기술적 자질에 근거한 채용과 승진: 관료제 조직에서 채용과 승진은 정실이나 연고가 아닌 기술적 자질에 근거하며, 성과는 특수한 기준이 아닌 보편적 기준에 따라 측정된다. 아무리 인사권자와 친분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자격기준을 갖추지 못하면 채용되거나 승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