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회학 연구 이론과 실천, 사실판단과 가치판단(1) - 이론적 관심과 실천적 관심, 사실판단과 가치판단
    사회학/사회학적 상상력과 사회학의 관심 2021. 1. 11. 11:19

    앞서 우리는 사회학의 연구대상이 무엇인지, 사회학 연구의 방법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사람들은 도대체 왜 사회학적 탐구와 연구를 하려고 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 답은 사회학적인 지식탐구에 관심이 있거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이나 필요는 크게 이론적 관심과 실천적 관심,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론적 관심

     ‘이론’이란 현실세계나 실제를 머릿속에 그려 넣은 것, 이해할 수 있는 개념과 논리로 구성한 것을 말하는데, 틀릴 수도 맞을 수도 있으며, ‘상식’이나 ‘개똥철학’처럼 일상적으로 만들어지고 통용되는 수준에서부터 전문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와 같은 이론들에 대한 관심과 필요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어떤 실제적, 실천적 관심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실제적, 실천적 관심에는 가정생활, 직장생활 등 하루하루 생활을 해 나가는 데 필요한 일상적인 지식과 판단을 얻기 위한 것에서부터 돈, 권력, 명예를 얻기 위한 관심, 그리고 사회관계와 사회질서를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적 관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들이 포함된다.

     

    실천적/실제적 관심

     ‘실천’이란 일반적으로 아는 것, 지식, 이론, 규범, 가치, 신념, 각오, 의지, 약속 등 관념적, 정신적인 성질의 것들을 실제에 적용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의사나 법률가가 자신들의 지식을 실제에, 환자나 피고인에게 적용하는 것도 이런 의미의 실천에 해당한다. 그러나 좁은 의미에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 사회적 관계와 질서, 그리고 구조를 변화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실천적 관심이 사회학적 탐구와 지식, 이론 등에 관심을 갖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 존재와 의식, 객관과 주관

     이론과 현실, 이론과 실천은 상호 순환하는 관계 속에 놓여 있다. 이론은 현실에, 현실은 이론에 영향을 주며, 실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론은 현실에, 현실은 이론에 영향을 주며, 실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론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은 양자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하나는 관념적, 정신적, 주관적인 성질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적, 객관적인 성질의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하나는 존재론적인 문제로 어느 것이 더 우선적인가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식론적인 문제로 현실의 객관적, 과학적 인식은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전자는 유물론과 관념론 간의 논쟁을 통해 간략히 설명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관념론자들은 인간 이성 또는 관념의 우선성을 주장해왔다. 관념론 철학자 헤겔은 ‘정신’의 작용을 통해 현실의 운동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반대로 맑스는 유물론적 입장에서 “의식이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언어, 관념, 의식, 지식 등이 인간의 물질적, 사회적 존재와 필요에서부터 연원한다고 파악하며, 실제와 실제생활, 실천적 관심이 이론에 우선한다고 보았다.

     후자는 인식은 대상을 단순히 반영하는 것인가 아니면 구성하는 것인가, 구성하는 것이라면 구성적 인식의 객관성을 어떻게 보증할 수 있는가 하는 복잡한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다. 오늘날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과학적 인신이 현실적 대상이 단순한 반영이 아니며,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특정한 ‘인식틀’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회학적 지식과 이론이 연구자의 실제적, 실천적 관심에 의해 좌우되거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과학적, 객관적 인식은 가능한 것인가?

     이 점과 관련하여 고전 사회학자 베버는 연구자가 ‘사회현실의 객관적 분석’과 ‘연구자의 이론적, 실천적 관심’ 간의 상호작용으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론적 관심과 연구가 실제적, 실천적 관심에 의해 규정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객관적인 학문과 탐구를 위해서는 가능한 한 그러한 영향을 물리치려고 노력하는 것, 가치판단으로부터 자유와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학자의 윤리”라는 독특한 입장을 제시하였다.

     

    사실판단과 가치판단

    베버는 현실에 있어서 사람들은 서로 대립하고 투쟁하는 가치들, 이념들, 입장들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항상 가치판단과 선택의 연속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을 포함한 사회과학적 연구에서도 이 점은 마찬가지이다. 사회과학 역시 기본적으로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지적 관심과 가치판단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판단은 다른 가치판단들과 마찬가지로 결코 학문적으로 논증될 수 없으며, 다만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사회과학에서 가치판단이 여기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그것은 우선 연구대상의 선택에서부터 작용한다. 먼저 어떤 대상을 의미 있는 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를 선택하고, 이 대상의 어떠한 인과관계를 연구할 것인지를 선택하고, 이 대상의 어떠한 인과관계를 연구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베버는 ‘사회과학적 현상’이 가지는 성격은 그 자체가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식에 대한 관심의 방향에 의하여 규제된다고 하였으며, 연구의 대상과 인과관계에 대한 추적의 정도는 학자와 그 시대를 지배하는 가치이념에 의하여 규정된다고 하였다. 결국 사회현상에 대한 인식은 항상 특수한 관점에서의 인식이며, 따라서 전적으로 객관적인 학문적 분석이란 있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사회학이 비록 실천적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를 연구하는 경험과학이라고 한다면 어떤 이론적 진술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또는 구체적 현실에 부합하는지는 여전히 객관적 기준에 의해 검증될 수 있어야 한다. 베버는 이런 생각 속에서 이념형(ideal type), 즉 개념을 구성하고 적절한 인과관계를 확증하는 방법을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려 하였다. 그래서 ‘사실판단’, 즉 사실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가치판단’의 분리, 또는 ‘존재’에 대한 인식과 ‘당위성’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구분할 것을 강조하였고, 그것이 곧 학문적 의무이며 학자들이 추구해야 할 자세라고 하였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