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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론과 실천, 사실판단과 가치판단(2) - 진보사회학
    사회학/사회학적 상상력과 사회학의 관심 2021. 1. 11. 11:21

    진보사회학

    오늘날 진보사회학은 맑스의 이론적, 실천적 업적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비록 자본주의의 구체적 형태는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지만, 자본의 사적 소유와 착취를 통한 자본 축적, 자본의 이윤극대화의 논리 등 그 기본적 메커니즘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본주의적 착취와 계급불평등이 존재하는 한, 자본주의에 대한 맑스의 이론적 분석과 실천적 비판은 여전히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오늘날 진보사회학은 단지 맑스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는 자본주의 경제와 계급분석의 틀로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다양한 모순, 갈등, 적대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 중에는 과거부터 잠재해온 것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새롭게 등장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성적 불평등, 인종적 불평등,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전쟁, 지역갈등, 소수자의 억압 등은 계급과 관련을 맺고 있지만 계급관계로 환원할 수 없는 갈등들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진보는 계급관계에 기초한 불평등의 타파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의 타파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진보사회학에서도 다양한 대립들의 성격을 분석하고 이러한 대립들이 불균등 발전하는 가운데 서로 어떤 관계 속에 있는지를 해명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말하자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자본주의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을 보존하면서도 이러한 불평등이 다른 불평등과 어떠한 방식으로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이론적 관심과 가치판단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실천적 관심과 연관되어 있다.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을 엄밀히 구분하면서 가치중립 또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이론들조차도 그 이론의 사회적, 실천적 효과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사회현상의 어떠한 측면을 문제 삼아야 하며 또 어떠한 비판과 실천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실천적 관심은 오히려 사회학적 연구의 전제로서 해명되어야 할 문제이다. 결국 사회학 이론들은 사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는 한, 지금의 사회질서를 유지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변화시키려고 하는가 하는 실천적 관심으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따라서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물론 무엇이 보수이고 무엇이 진보인가 하는 점은 판단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러한 기준은 역사적 상황에 따라 또는 또는 구체적 영역에 따라 다르다. 소련과 동구의 국가사회주의 체제의 변형과정을 보면 진보라고 주장되는 내용은 다양한데, 어떤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또 어떤 사람들은 ‘민주적 사회주의’를, 또 어떤 사람들은 ‘시장사회주의’를 진보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한편 정치적인 진보와 성윤리의 진보도 그 기준이 서로 다르며 양자 간에 필연적인 연관도 없다.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사람이 성적으로 보수적일 수 있으며,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이 성적으로는 진보적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성적인 진보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소 모호하다. 예를 들어 성적으로 개방적인 것이 성적인 진보를 의미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영역에서 의문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진보적 태도는 어느 방향이 진보인지를 미리 정해 놓기 보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역사적 상황에 비추어 진보의 기준 자체를 항상 의심해볼 수 있는 태도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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