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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과 범죄사회학/사회화, 일탈, 범죄 2021. 1. 16. 18:05
‘일탈행위’는 일반적으로 보편적인 사회규범이나 규칙을 벗어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 규범의 내면화를 통한 사회통합을 강조하는 사회화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들의 일탈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사회통합을 깨뜨리는 부정적 행위로서 ‘사회화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경우에 따라서 거짓말, 욕설, 쓰레기 투기, 교통법규 위반 등과 같이 규범과 규칙을 어기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탈을 예외적인 행위로만 보기 어려운 점도 있다. 또 누가 정한 규칙이냐에 따라서 일탈은 권력 및 지배와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일탈 여부의 판단을 자명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일탈의 규정과 권력
일탈은 대개 일반적인 사회규범이나 행위 양식에 어긋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규범이 얼마나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어디까지를 일탈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은 분명하지 않다. 예를 들어 살인, 강도, 폭력, 절도, 마약, 방화 등과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적이거나 반사회적인 행위들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범죄행위로 인정된다. 그렇지만 간통, 시위, 파업, 뇌물수수 등은 사회에 따라 범죄로 규정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며, 또 강력한 범죄로 취급하기도 하고 사소한 범죄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리고 동성애나 신체 노출과 같은 행위도 사회적 규범에 따라 일탈로 취급되거나 그렇지 않기도 한다. 또 사회에 따라서 기존의 사회질서나 가치관을 유지하기 위해 특정한 행위를 일탈 또는 범죄로 규정하여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들을 사회적으로 억압하거나 배제하기도 한다. 청소년이나 여성들, 또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음주, 노출, 특정한 보장, 특정한 성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 등은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행위라도 사회적 규범의 규칙에 따라 일탈이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은 누가 일탈이나 범죄를 규정하고, 누구를 적용대상으로 삼는가에 따라 일탈과 범죄의 규정이 유동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특정한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을 통해 일탈이나 범죄를 규정하는 것이 일종의 지배 방식일 수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탈과 제재의 개성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사회화의 영향으로 규범이나 규칙을 지키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교통법규의 경우, 사람들은 보통 교통신호등은 엄격하게 지키려고 노력하는 반면 속도제한이나 주정차금지 등은 엄격하게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행위의 위험성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제재의 정도로 달라진다. 또 역으로 제재의 정도에 따라 규칙 준수의 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제재는 정해진 규범이나 규칙들이 좀더 엄격하게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수단이 된다.
제재는 보상이라는 긍정적 방식과 처벌이라는 부정적 방식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공식적 제재와 비공식적 제재로 나누어볼 수도 있다. 공식적 제재는 대체로 처벌의 형태를 띄며, 사형, 징역, 벌금, 면허취소 등이 있다. 비공식적 제재의 경우, 칭찬이나 호의와 같은 긍정적 제재와 모욕이나 비난과 같은 부정적 제재가 있을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현상’도 일종의 비공식적 제재로 볼 수 있다.
한편 일탈에 대한 과도한 억압과 제재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회가 개개인의 욕구, 감정, 자유의지 등을 지나치게 억압한다면 억압과 스트레스로 인한 불만, 신경증 등 정신적 병리현상들이 나타나거나 개성과 창의성의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의 호기심, 발명가들의 비현실적인 생각이나 실험들, 예술가들의 전위적인 작업들과 같이 일상적이지 않은 일탈적 사고나 행동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을 수 있고 또 사회적으로 유용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또한 일탈은 때때로 어떤 사회질서나 사회적 규범이 요구에 부딪힐 때 새로운 기존 질서를 변화시키는 긍정적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 일탈과 범죄 이론 ##
생물학적 이론
범죄와 일탈을 설명하기 위한 초기의 시도들은 주로 생물학적 이론에 근거한 것이었다. 1870년대에 이탈리아 범죄학자 롬브르소는 두개골의 모양에 따라 범죄유형을 판별하려고 하였고, 덕데일은 가계도 연구를 통해 유전인자의 영향을 밝혀 범죄 성향을 설명하려고 하였다. 1940년대에는 셸던이 일탈과 신체 유형의 관계를 보여주려고 하였다. 그리고 한 때 폭력적인 범죄자들 중 Y염색체가 정상보다 많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생물학적 주장들은 인과관계가 불분명하거나 사례가 불충분하여 생물학적 요소들과 범죄 간의 관계를 입증하는 데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무엇이 범죄인지를 규정하는 것과 개인이 범죄 행위를 이르는 과정은 사회적 상황에 달려있기 때문에, 범죄의 원인과 성격을 밝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학적 설명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뒤르켐의 아노미 이론
뒤르켐의 ‘아노미’ 개념은 급격한 사회변동기에 가치관의 혼란이나 보편적 규범의 부재로 일탈 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아노미는 전통사회가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규범이 붕괴됨으로써 생겨나는 규범의 무정부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자살에 관한 뒤르켐의 분석에 따르면 규범적 통합이 강한 집단에서는 자살률이 낮은 반면에 규범적 통합이 약한 집단에서는 자살률이 높다고 한다. 이것은 결국 규범적 통합의 정도에 따라 일탈적 행동이 나타날 확률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대와 같이 다양한 규범들이 공존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아노미가 일상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차별 교제 혹은 차별 결합 이론
셔덜랜드에 따르면 일탈은 보편적인 사회적 규범을 충분히 내면화 하지 못한 사회화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일탈적인 사회적 환경 속에서 일탈자들과 접촉하면서 그들의 문화와 행동을 학습한 결과, 즉 사회화의 결과이다.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나 준거집단이 일탈적인 행동과 문화를 지니고 있을 때, 그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 리면서 자신의 행위규범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곧 차별 교제이며, 사회화이다.
딱지 붙이기 이론과 낙인이론
‘딱지 붙이기’ 이론은 일탈을 사회적으로 세력이 강한 집단이나 사람들이 자신들과 다른 행동양식이나 태도를 가진 집단이나 사람들을 일탈자로 규정한 결과로 본다. 베커에 따르면, 일탈은 특정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정한 규칙에 따라 다른 사람들을 일탈자로 딱지 붙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딱지 붙이기 이론과 유사한 것으로 ‘낙인’이론이 있다. 고프만은 일상생활의 상호작용 과정에서는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것이 있는데, 이것들과 다른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을 ‘낙인’이라 하였다. 흑인은 모두 야만적 이라거나 이혼한 사람들은 모두 비정상적이라고 보는 것들은 일종의 낙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낙인을 통해 정상인과 일탈자가 구분된다. 사실 낙인은 개인의 다양한 속성들 중 하나이지만 다른 속성들은 쉽게 무시되고 모든 것이 낙인에 따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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