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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근대사회의 형성과 사회학의 흐름(2) - 계몽사상, 과학주의 정신사회학/서양 근대사회의 형성과 사회학의 흐름 2021. 1. 11. 11:27
계몽이란 무엇인가?
계몽사상이란, 서양 중세를 지배해오던 신 중심의 세계관과 인간관, 역사관 등을 비판하며 근대로~의 이행기에 서구, 특히 17~18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등장한 사상 조류를 가리킨다.
신 중심의 세계관에 의하면, 인간은 무능력한 존재이고 인간의 운명과 세계의 질서와 역사는 신에 의해 만들어지고 좌우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신에 대한 믿음을 대신하여 인간에 대한 믿음, 특히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이성의 능력에 대한 신뢰가 대두되었고 점차 확산되었다. 이 새로운 믿음과 사상은 스스로를 ‘계몽’이라고 하고 중세까지의 역사를 ‘암흑시대’라고 부르는 데에서도 나타나듯이, 이제까지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인간과 세계와의 역사를 이성의 빛으로 밝게 비추어 새로운 진실을 탐구해내는 한편, 이성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정치와 사회질서에 비판을 가하고 새 질서를 추구하는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계몽’이란 이처럼 비합리적으로 가려 있는 현실과 미래의 합리적인 길을 밝게 비춘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계몽사상가들은 이 빛이 ‘신의 말씀’에서가 아니라 ‘이성과 과학’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이들은 또 신 대신에 ‘자연’을 내세우며 모든 판단의 기준을 자연으로 삼았다. 자연이란 본래 ‘주어진 것’ 또는 ‘있는 그대로의 것’을 의미하는데, 계몽사상가들은 인간에게는 나면서부터 주어진 제반의 권리(자유권, 평등권과 같은 천부인권)가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러한 천부적인 기본권으로부터 정치적, 사회적인 제반의 권리들을 연역적인 논리로 도출해 자신들의 사상으로 삼았다.
이렇게 해서 계몽사상은, 인간 능력에 대한 신뢰감, 특히 과학과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 종교와 신학적 세계관 및 그에 따른 각종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정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자율적인 관심, 인류사회의 진보에 대한 믿음, 즉 이성에 입각한 합리적인 새 사회 건설에 대한 낙관 등을 특징으로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계몽시대의 사상가들
계몽시대 사상가 중 대표적인 인물로는 홉스, 로크, 루소, 몽테스키외 등 자연법 사상가와 사회계약론자들을 들 수 있으며, 베이컨과 같은 철학자나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다윈과 같은 과학자도 그러한 맥을 형성한 인물들에 속한다.
베이컨(F. Bacon)은 자연과학적 지식은 자연을 정복하는 힘으로 인간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과학적 지식과 기술의 진보에 의해 이상사회가 실현될 것”이라는 신념 속에서 순전히 과학과 과학자에 의해 통치되는 이상사회 ‘뉴 아틀란티스’를 구상하였다. 이처럼 과학을 긍정적으로 신뢰하는 과학주의의 관점은 신의 조화로 주어진 자연에 순응하는 중세적 사고를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과학기술적 진보’가 ‘인류사회의 진보’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는 과학주의적 진보관은 그 후 사회학을 창시한 콩트의 사상인 진보의 3단계 법칙으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자연법 사상가이자 사회계약론자로는 홉스와 로크, 루소가 있다. 홉스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욕구는 생명체로서 자기보전 및 자기확장이라고 보았으며 이로부터 자유, 평등의 자연법 사상을 연역하였다. 그러나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이러한 천부적인 권리를 그대로 행사하게 될 경우, 사람들은 서로 대립하고 적대시하며 ‘만인 대 만인의 투쟁’과 같은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으며 죽음의 공포만이 남게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자연상태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이성을 발휘하여 각자의 주권을 어떤 인격체에 양도함으로써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는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계약이 어떤 인격체에 한 번 주권을 전적으로 양도하는 계약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리는 군주에게 절대권을 부여하는 것을 아래로부터 정당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절대군주제를 옹호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로크는 홉스보다 발전된 사회계약론을 내놓았다. 그는 자연상태를 자유롭고 평등한 상태라고 보았는데, 자연상태에서는 공통의 법률, 권위 있는 심판관, 그 결과를 집행하는 권력이 없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속수무책이다. 따라서 만인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사적, 개인적 재산권을 포기하고 계약에 의해 성립된 공권력, 즉 국가에서 그 권한을 위임하여 자연권의 완전한 실현은 도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로크는 입헌군주제를 지지하였다. 그러나 권력의 이양은 홉스처럼 전폭적인 이양이 아니라 조건부라고 했으며, 입법기관이 시민에게서 위임받은 범위를 벗어나 행동하는 경우에는 시민들이 입법기관을 해임, 경질하는 권한을 갖는다고 보았다.
루소는 자연상태가 목가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상태라고 보았다. 그러나 인구가 늘어나고 사유재산이 늘어나면서 인간은 사회상태로 넘어가게 되었고, 사회상태에 들어가서는 이기심, 사유재산, 불평등이 한층 더 늘어나 악의 원천으로 전락하게 되었다고 보았다. 이러한 상태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일반의지’를 구현할 수 있는 국가에게 권한을 위임하여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자연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역설하였고, 이는 프랑스 시민혁명의 사상적 기초가 되었다.
이와 같은 사회계약론들은 사회라는 현상을 탐구하고 평가하여 어떤 정치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공통점을 지녔다. 바로 이런 점에서 사회계약론은 사회를 대상으로 한 이론과 사상이었고, 사회학의 정신적인 모태가 되었다. 그러나 콩트가 제창한 사회학은 이와 같은 사회이론과 사상을 철학이 아닌 과학이라는 방법을 통해 이루고자 했기 때문에 차이가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학의 성립은 과학주의 정신이나 과학의 발달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예컨대 콩트는 사회학이라는 명칭을 고안하기 이전에 ‘사회물리학’을 제창하였는데, 그 이유는 사회 속에 들어 있는 물리학적 법칙들을 탐구하는 학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의 발달과 신적 세계관의 해체
자연과학의 영향 가운데에는 특히 다윈의 ‘종의 기원’이 사고의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다윈의 진화론은 자연과학적인 탐사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생물유기체들이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하면서 적자생존과 돌연변이를 통해 진화해왔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었다. 이 진화론은 코페르니쿠스가 ‘천동설’을 ‘지동설’로 바꾸어 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당시까지 학계에서 지배적이었던 ‘창조설’, 즉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신의 뜻과 조화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학설을 뒤집는 것이었다. 그래서 파란이 많았으나, 당시 종교를 비판하고 신 중심적 사고를 부인하면서 과학을 추구하던 새로운 시대의 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진화론은 스펜서, 맑스 등 초기 사회학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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